믿음의 현장
심방하러 갔다가 심방받고 옵니다
2021년 9월 12일
목회현장
- 정용식 목사 (4선교구)
광림교회 선교구 목사의 가장 큰 목회는 심방(尋訪)입니다. 성도님을 찾아가 축복의 말씀을 전하고 주신 기도제목을 위해 함께 기도합니다. 예배당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강단과 회중석이 아닌 마주보는 자리에서, 말씀에 대한 선포가 아닌 말씀을 통해 주시는 축복을 나누는 그 자리가 너무 귀합니다. 심방은 ‘찾아가서 만나 봄’ 이라는 뜻을 가지며 그 기원은 성육신 하셔서 이 땅에 찾아오신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 심방하셔서 인간을 위로하셨고 축복해 주셨습니다. 오늘날 심방을 통해 하나님이 주시는 특별한 은혜를 경험합니다. 목회자를 통해 주님께서 그 현장에 방문하시기 때문입니다.
팬데믹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심한 질병으로 인해 권사님께서 병원에 입원하셨습니다. 면회가 가능한지 여부는 모르지만 우선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역시 면회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관계자 분께 상황을 말씀드린 후 발열체크와 마스크는 물론, 비닐장갑과 모자, 옷까지 입고 권사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힘들게 누워계신 권사님은 미소를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촉촉이 고이셨습니다. 반가움에 대한 최선의 표현이셨습니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이제는 기도를 하려고 하는데 권사님께서 제 손을 꼭 잡으시더니 “목사님 안수해 주세요 안수해 주시면 제 병이 나을 것 같습니다” 작은 소리이지만 힘 있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습니다. 찰나의 순간, 저는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왜 나에게는 이런 믿음이 없을까’ 잠깐 동안 많은 생각이 스쳐지나 갔습니다. 권사님 머리에 손을 얹는 순간 마음의 뜨거움이 느껴졌습니다. 기도를 하는 저와 기도를 받는 권사님은 함께 눈물을 흘리며 하나님의 능력을 구했습니다. 얼마 후 권사님은 완치되어 퇴원 하셨습니다. 이미 기도 할 때부터 하나님께서 권사님을 고쳐 주실 것이라는 100% 믿음이 있었습니다. 제 믿음이 아닌 권사님의 믿음을 통해 주신 확신입니다. 열 두해 동안 혈루증을 앓고 있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졌을 때 예수님께서는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능력을 경험하는 건, 결국 우리의 믿음이라는 것입니다. 권사님의 믿음은 예수님의 능력을 경험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치열한 삶의 자리에서 믿음을 지켜나가시는 성도님들을 통해 목회자들이 큰 은혜를 경험합니다. 심방을 하러 갔다가 오히려 심방을 받고 올 때가 많습니다. 저는 그 날도 권사님을 심방하는 자리에서 제 마음에 심방오신 예수님을 만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