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현장
성도의 ‘케렌시아’
2020년 6월 28일
목회현장
- 도신우 목사(3선교구)
스페인어에 ‘케렌시아(Querencia)’ 라는 말이 있습니다. 투우장의 싸움소들은 각각 다른 역할을 가진 투우사들에게 세 번의 공격을 받습니다. 경기장으로 말을 타고 들어온 첫 투우사는 소의 목덜미를 깊이 찌르고, 두 번째 투우사는 소의 어깨와 척추 부근에 작살을 내리 꽂습니다. 그때 소는 급격하게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군중들은 더 큰 함성을 지릅니다. 그러면 소는 이번이 마지막 싸움이 될거라는 위기의식 가운데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잠시 쉼을 갖습니다. 바로 그 쉬는 시간, 쉬는 공간이 ‘케렌시아’입니다. 일전을 앞둔 싸움소는 그곳에서 쉬면서 숨을 고르고 마지막 힘을 다해 에너지를 모읍니다. 싸움소에게 ‘케렌시아’는 회복과 모색의 장소입니다.
그런데 이제 이 단어가 투우장의 싸움소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쓰이고 있습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재충전의 공간을 일컫는데, 최근에는 ‘그런 공간을 찾는 경향’으로 까지 의미가 확장 되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에 접어들면서 내 집에서만큼은 편히 쉬고자 하는 ‘케렌시아’에 대한 니즈가 높아졌습니다. 지금 경제가 어렵다 하지만, 집 안의 안락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커튼과 아로마 향초, 그리고 공기정화식물의 판매량은 급격히 늘었습니다. 지친 심신을 재충전할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에 대한 소비가 늘어난 것입니다. 그런데 정말 나의 공간을 꾸민다고 진정한 쉼과 안식을 얻을 수 있을까요? 잠시 잠깐 만족과 쉼을 줄 수 있지만, 영혼의 완전한 쉼은 얻을 수 없습니다. 인간은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성도에게 있어서 진정한 ‘케렌시아’의 장소는 ‘성전’입니다. 주일 성수하는 그 공간이 회복과 모색의 장소, ‘케렌시아'’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세상의 수많은 문제와 거룩한 일전을 각오해야 합니다. 그려려면 교회 예배의 공간, 주일 성수의 믿음, 예배와 모임을 포기하지 않음으로 막강한 영적 힘을 공급받아 살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교회는 그 ‘케렌시아’의 모든 공간, 모든 시간을 여러분에게 열어두었습니다. 또 많은 성도님들이 그 ‘케렌시아’의 장소로 결단하여 나아오고 계십니다. 혹여나 아직 거룩한 선택과 결단을 내리지 못하셨다면, 영혼의 케렌시아, 성전으로 나아와 참된 안식과 쉼을 누리며 승리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