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현장
때를 아는 지혜를 주시옵소서
2022년 11월 27일
목회현장
- 김호영 목사(광림남교회)
“범사에 기한이 있고 천하 만사가 다 때가 있나니”(전 3:1)
부끄럽지만 실패의 이야기를 꺼내 본다. 여름의 끝자락에 하나의 씨앗을 뿌리는 마음, 부흥의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마음과 잃었던 자들의 회복을 바라면서, 광림남교회 산 아래 텃밭에 배추와 무를 심기로 했다. ‘추수감사절’ 날 아이들이 직접 수확한 결실을 재단에 드리는 일과 이 결실로 김치를 담아 이웃과 기쁨을 나누길 바라는 원대한 꿈도 한몫을 했다.
씨 뿌리는 시기가 8월 중순부터 9월까지라는 인터넷 검색 결과에 모든 교회학교 아이들이 참여하길 바라면서 추석 연휴 기간이 끝난 주일을 행사 날로 잡았다. 모종을 키워서 준비했기에 밭에 옮겨심는다면 문제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문제는 모종을 심는 날에 알게 됐다.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열심히 모종을 심을 때, 노 권사님들이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시다 이 광경을 보신 것이다. 아이들이 북적하니 기뻐하며 바라보시다 금세 걱정과 안쓰러움으로 혀를 차며 고개를 저으시는 게 아닌가? 그때 한 노 권사님이 던지신 한마디가 가슴을 후벼팠다 “에이그 쯧쯧쯧, 저거 안 돼 늦었어!”
이제 며칠 후면 추수감사절 당일에 아이들이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된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것으로 김치를 담가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능성을 바라봤지만 ‘역시나’이다. 잡초를 뽑고, 땅을 파고, 돌을 고르고, 나름 토양에 비료도 충분히 주고, 충분한 영양 공급과 병충해를 막기 위해 해볼 수 있는 것들 다 해지만, 이 모든 수고가 헛것이 됐다.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은 역시나 ‘때’이다. ‘때’를 깨닫지 못함에 배추는 속이 차지 못했고 무는 알감자 수준에서 그쳐 무늬만 배추, 무늬만 무가 되었다. 하나님이 정하신 때를 알고 행함이 지혜인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하나님 영혼을 위해 말씀을 뿌리고 추수하는 모든 일에는 하나님의 때를 놓치지 않는 지혜를 주시고 수고한 모든 일에 열매를 거두고 누리는 기쁨을 허락해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