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문화와 만나다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 이야기(22)
2022년 12월 11일
간음한 여인에 대한 예수의 판결(요 8:7)
눈먼 거지 바디매오(눅 18:42~43)
광림뉴스레터
▲ 간음한 여인과 예수 그리스도_ 예수 그리스도를 시험하려고 바리새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끌고 온 장면이다. 렘브란트의 작품
초막절 축제가 이어지는 어느 날, 산헤드린 회의의 재판관들인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한 여인을 예수 앞으로 끌고 왔다. 예수는 여인을 잠시 바라본 후 데리고 온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한 바리새인이 예수에게 말했다. “선생이여, 이 여인은 간음하다가 바로 그 현장에서 잡혔습니다. 모세의 율법을 따르면 이런 여인은 돌로 쳐 죽여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선생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그들은 예수에게 올가미를 씌워 고발할 구실을 찾으려는 음모를 꾸민 것이다. 만일 예수가 간음한 여인을 ‘모세의 율법대로 돌로 치라’고 한다면, 당시 사형 선고권과 집행권은 로마 총독의 고유 권한으로 명백한 월권이어서 예수를 총독에게 고소할 수 있다. 아울러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예수 자신의 가르침에 역행한다고 비난받게 된다.
반대로 예수가 ‘여인을 돌로 치지 말고 용서하라’고 한다면 하나님의 율법을 어겼다는 죄목으로 산헤드린 공회에서 재판을 받아야 한다. 어떤 선택도 예수에게는 올무였고, 예수는 그들이 간음한 여인을 미끼로 자기를 체포하려는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예수는 아무 말도 없이 땅바닥에 글씨를 썼다. 그러나 아는 사람이 없었다. 바리새인들은 자기들의 올무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는 듯 의기양양했다.
마침내 아무 말이 없던 예수가 입을 열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이 먼저 저 여인을 돌로 쳐라.”
예수 그리스도의 그 한 마디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누구도 돌을 던질 수 없었다. 살아오면서 전혀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은 극히 드물며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 한들 유대교와 기독교에서는 모든 인간이 원죄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보기 때문에 교리상으로 죄 없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예수는 다시 손가락으로 땅바닥에 무슨 글씨를 썼다. 그리고 서로 눈치만 보던 군중들은 하나둘 그 자리를 떠났다. 여인을 데리고 온 바리새인과 서기관들도 예외 없이 자리를 떠났다. 겉보기에만 거룩한 죄인들은 모두 사라지고, 겉보기에 치욕스러운 죄인은 남아 있었다.
예수가 여인에게 말했다. “그들은 다 어디 있느냐? 너의 죄를 묻던 사람은 아무도 없느냐?”
여인은 눈물을 보이며 간신히 말했다. “아무도 없습니다, 주님.”
“나도 네 죄를 묻지 않겠다. 어서 돌아가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마라.”
어느덧 유월절이 다가오고 있었다. ‘잠든 나사로’를 깨우러 예루살렘으로 향한 예수와 제자들이 요단강을 건너 여리고 성에 도착했다. 유대인 최고의 명절인 유월절을 지키려고 예루살렘으로 가는 사람들이 머물다가는 여리고 성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여리고 성문 앞에는 바디매오라는 눈먼 거지가 앉아 있었다. 그는 여리고 성을 출입하는 사람들에게 동냥하고 있었다.
눈먼 거지 바디매오(눅 18:42~43)
바디매오는 예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예수가 앉은뱅이를 일으켜 세우고, 문둥병자를 깨끗하게 치료하고, 또 자신 같은 맹인(盲人)의 눈을 뜨게 한 일들을 들으면서 언젠가 예수가 이곳에 온다면 자기 눈을 뜨게 해주기를 소망하고 있었다.
여리고 성에 예수가 오고 있다는 소식이 널리 퍼지자 수백 명의 사람이 그를 맞이하러 성문 입구로 몰려들었다. 바디매오는 간절하였다. ‘예수를 만나면 나도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그는 그렇게 확신했다.
바디매오는 사람들이 술렁이는 소리를 듣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 “예수께서 지나가신다.”
그러자 바디매오는 힘껏 소리쳤다. “예수여! 다윗의 자손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바디매오가 크게 소리를 지르자 예수의 가까이에 있던 사람들이 조용히 하라고 꾸짖었지만, 그는 오히려 더 크게 소리쳤다.
“다윗의 자손이여! 저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는 걸음을 멈추고 바디매오를 데려오라고 말하였다. 바디매오가 가까이 오자 예수는 물었다. “내게 무엇을 원하느냐?”
바디매오는 예수의 물음에 대답하였다. “주님, 다시 보기를 원합니다.”
바디매오의 믿음을 본 예수는 말했다. “다시 보아라! 네 믿음이 너를 구원했고 낫게 했다.”
그러자 바디매오는 즉시 눈 고침을 받았다. 그가 고개를 들어서 바라보니 앞이 보였다. 그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며 예수를 따라갔다. 또한, 길가에서 이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도 모두 합류하여 큰 목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했다.
▲ 예수 그리스도와 소경 바디매오_ 여리고 성에 살던 바디매오는 앞을 전혀 못 보는 소경이며, 매우 가난한 거지였다. 이 그림은 바디매오가 눈을 뜨려는 소망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눈 뜨임을 받고자 용기를 내어 간구하고 있는 장면이다. 칼 하인리히 블로흐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