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현장
한 영혼을 기다리시는 예수님
2023년 8월 27일
목회현장
- 김우진 목사(광림북교회)
지난 주 북교회 새벽기도회를 마치고, 성도님들이 모두 가신 후 불이 다 꺼진 예배실을 정리하러 올라갔다가 깜짝 놀라게 되었습니다. 한 검은 형체가 강대상 쪽에서 엎드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헛것인가 했지만, 이내 젊은 남성분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요즘 세상에 흉흉한 소식들이 많이 들려와서 겁도 났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오셨는지 여쭤보기 위해 다가갔습니다. 그러자 술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아마 밤새 술을 드시고, 교회 문이 열려있으니 들어오신 것 같았습니다. 자꾸 바닥에 엎드려 계시려고 하셔서, 물을 갖다드리고 조금 정신을 차리게 도와드린 뒤,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너무 생각나서 교회에 오셨다고 하십니다. 자신이 어릴 적부터 교회를 다니다가 청년 때 많이 방황한 뒤로 교회를 다니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늘 마음 한켠에는 예수님을 믿고 계셨고, 자신의 삶이 어렵고 힘들 때마다 예수님께 기도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던 중 일하던 가구 회사에서 퇴사 통보를 받게 되어 마음이 괴로워서 밤새 술에 의지하여 집으로 돌아가다가, 광림북교회 십자가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저기 들어가야겠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어서 오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이 성도님을 참 오랫동안 많이 기다리신 것 같습니다. 이제 다시 신앙생활 시작해보시면 어떨까요?” 물었습니다. 그러자 남자 성도님께서 “저는 아직 즐기고 싶은 것도 많고, 그동안 죄도 많이 지어서 다시 시작할 엄두가 안 나는데 어떻게 하죠?”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미 여기까지 오신 것만 해도 다시 시작한 것입니다”라고 하자, 한참을 대답을 안 하시더니, “알겠습니다” 하시고는 가셨습니다.
그 분을 보내고 난 뒤, ‘연락처나 인적사항이라도 받아둘 걸’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그분을 인도하셨으니, 앞으로도 인도하실 것을 믿고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이제 광림북교회에서 8개월 정도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한 영혼의 소중함을 배우고, 한 영혼을 애타게 기다리시는 주님의 심정을 배워갑니다.
광림북교회가 주님의 마음을 시원케 해드리는 교회가 되길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