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현장
온기 가득한 양말
2023년 9월 24일
목회현장
- 전선옥 목사(강촌광림교회)
광림사랑의집은 광림노인전문요양원의 이름으로 치매, 중풍 등 노인성 질환이 있으신 70명의 어르신과 55명의 직원이 생활합니다. 24시간 서로의 손길로 정성껏 돌보며, 예배로 하나님의 돌보심을 믿고 간증합니다.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곳에서 예배를 드리는 중에 강○○ 할머니께서 수면 양말을 벗어 제게 주십니다. 이제껏 어르신의 발을 따듯하게 품은 덧양말입니다. 어서 받으라는 듯 손을 뻗으시며, 눈을 마주하지 못하고 어색해하십니다. 어르신의 시선이 닿은 곳을 따라가보니 제 발에 멈추었습니다. 제 발 위의 얇은 스타킹을 보지 못하시고, 발이 추울까 벗어주셨던 것입니다. 이후로도 몇 번, 예배드리는 중에 제 주위에 양말을 두고 가십니다.
예배 후, 어르신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스타킹을 벗어 보여드렸습니다. 어르신의 걱정을 덜어드리고자 양말을 신고 어르신의 발 옆으로 제 발을 나란히 두며 장난하기도 했습니다. 한껏 부끄러운 미소로 환히 웃어주십니다.
그 감사함을 어르신의 장례 예배에서 다시 나누었습니다. 이름도, 나이도 온전히 모른 채, 가족을 못 찾고 수십 년을 보호시설에서 생활하신 분입니다. 여러 질환이 있어 정확한 의사 표현이 어려워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언어의 표현으로는 깊이 교제할 수 없었지만, 예수님은 어르신의 몸과 마음 깊숙이 위로하셨을 것을 믿습니다. 예배의 자리에서 누구보다 따듯한 사랑으로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을 보셨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섬김을 찾아 행하셨습니다. 언어의 표현보다 더 따스한 양말은 제 발과 마음을 가득히 위로해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부러워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오히려 연약한 자를 찾아 진정한 회복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그 사랑을 깨닫고, 행하며, 전하라고 은혜를 주십니다. 예수님의 시선을 닮아가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다가가고, 예수님의 사랑을 행하는 우리의 일상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소망합니다.
강촌광림교회와 광림노인전문요양원의 모든 가족들도 주의 은혜 안에서 건강하여 예수님의 사랑을 풍성히 나눌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