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문화와 만나다
한눈에 명화로 보는 신약성경 이야기(38-2)
2023년 10월 8일
골고다의 십자가와 예수의 수난
광림뉴스레터
▲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_ 골고다의 언덕에서 예수 그리스도가 다른 두 죄인과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장면이다. 이 그림은 풍경과 구도의 입체감을 잘 표현하는 안드레아 만테냐가 투시 원근법을 사용하여 그린 작품이다. 정중앙에 예수 그리스도가 매달려 있고, 그 양옆에는 두 명의 죄인이 매달려 있어 관람객의 시선을 예수 그리스도에게 집중시킨다. 또한, 배경은 예루살렘의 풍경이 산을 따라 펼쳐져 있고, 그 너머로 멀리 보이는 산과 하늘의 지평선을 이루는 장면에서 원근법의 입체감이 더욱 살아나고 있다. 안드레아 만테냐의 작품
이윽고 예수를 포함한 ‘죽음의 행렬’이 골고다에 도착했다. 이날 처형되는 죄인은 예수와 두 명의 죄인을 포함하여 세 명이었다.
곧 로마 병사들이 십자가형을 시작했다. 십자가 한 개에 네 명의 병사가 한 조를 이루어 십자가에 못을 박았다. 먼저 양쪽 손바닥에 하나씩 못을 박고, 두 발목을 겹쳐 또 하나의 못을 박았다. 두 죄인은 비명을 질러댔다. 그들의 절규하는 비명은 듣는 사람들도 소름이 끼칠 정도로 끔찍했다.
사실 십자가형은 유대인의 처형 방법이 아니다. 너무나 잔인한 탓에 헤롯왕조차도 십자가형을 자주 쓰지 않았다. 로마인들은 페니키아인들에게 이 처형 방법을 배웠는데, 로마 시민에게는 절대로 십자가형을 처하지 않았다. 오직 노예들과 피지배인(被支配人, 다른 나라나 사람에게 지배당하는 사람)들만 십자가형에 처했다.
예수의 십자가 위에 명패(名牌)가 붙었다.
빌라도 총독이 패를 써서 십자가 위에 붙였는데, ‘나사렛 예수, 유대인의 왕(INRI/Iesus Nazarenus Rex Iudaeorum)’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명패는 정복자인 로마 문자(라틴어)와 널리 통용되는 그리스 문자, 그리고 유대인의 히브리어로 적었다.
이에 대제사장과 유대 지도자들이 빌라도에게 요청했다.
“유대인의 왕이라고 하지 말고, 자칭 유대인의 왕이라고 써야 합니다.”
그러자 빌라도가 대답했다.
‘나는 내가 쓸 것을 썼다.’
십자가형을 당한 죄인이 죽음에 이르기까지는 대략 대여섯 시간이 걸렸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병사들은 그가 죽기를 기다리며 예수가 입던 옷가지를 나누어 가지려고 제비뽑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의 손과 발에 박힌 못 자국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하지만 예수는 자기를 처형하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기도하였다.
“아버지여, 저들의 죄를 용서하여 주소서. 저들은 자기들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습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성전을 헐고 사흘 만에 다시 짓겠다고 말한 네가 아니냐? 그러니 네 능력을 보여라!”
“정말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그 십자가에서 내려와 봐라!”
대제사장과 유대 지도자들과 그들을 따르는 무리도 어울려서 예수를 조롱했다.
“그가 다른 사람은 구원하더니 자기 자신은 구원하지 못한다. 네가 정말 유대인의 왕이거든 너를 구원하라! 네가 그 십자가에서 내려오면 우리가 믿겠다.”
예수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힌 죄인까지도 심한 고통을 간신히 참으며 조롱했다.
“네가 정말 그리스도라면, 너도 구원하고 우리도 구원해 다오!”
그러나 다른 죄인이 말했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죗값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사람은 옳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고는 다시 예수에게 말을 건넸다.
“주님, 당신의 나라에 가실 때 나를 기억해 주십시오!”
그러자 예수가 대답하였다.
“내가 진실로 네게 말하거니와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다.”
이제 예수는 거의 탈진한 상태였다. 그는 십자가 밑에서 울고 있는 여인들을 바라보았다. 모친 마리아가 보였다. 예수는 마리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인이여! 보소서. 당신의 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곁에 있는 요한을 보며 말을 이었다. “요한, 이제는 너의 어머니이다.”
요한에게 어머니를 부탁한다는 소리였다. 이에 요한은 마리아와 함께 골고다를 떠났다. 이후 마리아는 뱃새다로 돌아갔으며, 그곳에 있는 요한의 집에서 남은 생애를 살았다.
▼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_대(大) 피테르 브뤼헐의 작품